열 다섯살 재영이에 대한 나의 작아터진 마음자리..버텨내기..
퇴근 길에 들른 은행으로 데리러 온 남편이 속이 안좋다고 해서 은행 맞은 편에 있는 죽집에서 흑임자죽을 한 그릇 시켜서 나누어 먹고...
빗방울이..크다 싶은 빗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손을 잡고 건널목을 건너 차로 들어가 차의 앞 유리에 툭툭 펑퍼짐해지며 흘러 제각각 흩어지는 비의 유영을 보며 잠깐 예전의 우리를 생각했다는..
신혼 때 목욕을 가기위해 차를 끌고 김천 시내로 나갔다가 차천장으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자고 둘이 가만히 앉아 한참을 그러고 있었던 20대의 우리를ㅎㅎ
빗방울이 굵어지고 아~~~재영이 우산 안갖고 과외갔지? 맞아!!
재영이 과외하는 아파트 밑에 가서 재영이를 데리고 집으로 와서 ..
그는 친구들 모여 있는 곳으로 마실??을 가고 나와 재영이는 집안에 각각 섬처럼 떨어져 각자의 세계 안에서 이렇게 허우적 거리고 있다.
시험 일정에 맞추어 계획표까지 짜주고 그렇게 당부 했는데 녀석은...
공부는 아홉시부터 한다면서 ...친구와 카톡의 대화로 낄낄대다가 이제는 소파에 길게 누워 나를 조롱하듯 히죽거리고 있다.
소리를 질러 아이를 불러 일으켜 책상앞에 앉혀 놓을 수야 있겠지..
핸드폰을 빼앗아 엄마를 과시할 수도 있겠지..
불러 앉혀 놓고 장황하게 네가 엄마와의 약속을 그리고 너에 대해 얼마나 불성실한지를 조목조목 따져 물을 수도 있겠지...
.........................................................................................................................많은 것을 나는 엄마라는 이름으로 우리재영이에게 할 수 있겠지..
지금은 여덟시 사십이분...
기다려보려고...
앞으로 18분만 기다려보려고...
그때 녀석이 성큼일어나 스스로 책을 펴기를 ..설사 책을 펴지 않더라도 좀 더 기다릴 수 있는 지혜가 내 안에서 베어나오기를..
오늘은 기냥 내 넋두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