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6일 학교도서관에서 주최하는 문학기행의 일정에 권정생 선생님의 생가와 안동독립운동기념관 관람과
의성김씨고택을 둘러 보는 것이 있었다.
고택이라는 말에 가벼운 바람이 일듯이, 의성 김씨 고택의 모습에 대한 궁금증에 마음이 설레였다.
요즈음 사진을 찍는 것에서 단순히 그순간의 사실을 담아내는 것 이상의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던 터여서
오래된 옛 집의 모습이 마치 오랜 그리움인양 마음이 먼저 안달이 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나의 안달에 무거운 무엇을 얹어주는 한 분을 만날 줄 나는 몰랐다...
이미 2007년 봄에 타계하셨다는 권정생 선생님의 생가에서 만난 그 진득한 외로움과의 조우는 나를 침잠케 했다.
마을 뒤로 길게 이어진 좁은 길을 아이들과 길게 길게 걸어 들어갔다.
권정생 선생님의 집 초입에 세워져있는 외로운 뒷간!!
어찌 비껴든 햇살 조차도 쓸쓸해 보이는지 내 마음이 수상해지기 시작했다.
많이 좁고 재래식이어서 아이들은 화장실을 사용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화장실 문으로 향하는 돌길을 몇 발짝 걸어 문을 열면 새로운 뜻밖의 세상이 있을 것 같은 느낌..
누구신지 성함이라도 여쭐걸..아주 상세히 권정생 선생님의 이야기를 풀어서 들려주신분께 감사드립니다.
제법 귀기울여 듣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에, 아주 작은 무엇이라도 담아갔기를 또한 바랍니다.
뺑덕이라고 했던가..이곳에 살던 강아지의 이름이 이뺑덕이라고 했던 것 같다
선생님의 방문을 열자 빛바래 누래진 창호지 위에 달려있는 문고리가 달빛처럼 휘영청 내눈을 사로 잡았다..
선생님께서 앉아 바라보셨을 창문의부윰함이 그분의 외로움과 고적함을 그대로 느끼게 해주고 있다.
아이들의 소란스런 발소리가 지나가고 닫힌 문과 흙벽....그리고 보이는 '권정생'이라고 씌어진 글씨..
살아감이 이렇듯 간결할 수 있다면 ....
후훗~ 그분의 고통과 외로움 들을 뒤로 한채 나는 내가 볼 수있는 것들만을 보며 생각한다..
이것 또한 얼마나 이기적인지.
비좁은 저 집안에는 정말 누우면 한사람이나 누울까 싶은 방이 세 개나 있다.
그 좁은 방안에 이제는 남아있지 않은 책들이 마당까지 그득했다고 한다.
아주 최소한의 것만을 누리고 사셨다는 그분의 삶을 생각하면 ..
늘 너무 많은 것을 이고 지고 살아가는 우리의 삶이 버겁게 느껴진다.
권정생 문학관 설립추진위원회(맞나 모르겠네!!)사무실에 전시된
선생님의 생전의 모습들과 몇가지 안되는 유품들..
이것이 무엇일까요..
플라스틱 빨래집게가 햇살에 바래고 삭아버려서 손수 만들어 쓰셨다는 수제 빨래집게...
숙연해지는 마음 한 켠에서 웃음이 배시시 새어나옵니다.
왜..깨달음은 꼭 늦게사 찾아올까요..
물론 여전히 완전한 깨침도 아니지만 세월이 켜켜이 쌓이면서 나는 소중한 무엇들이 많아짐을 느낍니다.
권정생 선생님에 대하여
그냥 좀 불우한 작가였다는 것 이상의 것을 알지 못했던 나에게는..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여행이었습니다.
내가 지금 알고 지내는 사람들, 내 남편과 아이들, 편찮으신 친정아버지, 여든 넷의 연세이신 시어머니,
내가 걷고 있는 이길 내가 보는 이 하늘 내가 숨쉬는 이 공기....
무엇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건만..
늘 투덜대며 남 탓만하는 못난 나를, 빨아 햇살 좋은 곳에 널어 탁 탁 털어버리고 싶습니다.
여행은 목적이 있든, 목적이 없든 반드시 얻어지는 것이 있다는 진리를 새삼 느낍니다.